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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뚱보 읍장을 위하여

by Jasonbbak 2011. 11. 15.

부제: 사랑과 꿈을 빼앗아 간 푸른 지옥의 세계에 복수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읽고


 2010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 3명중 1명이 비만이라고 한다. 여성은 그 보다 조금 못하지만 여성들의 심리적 비만을 감안하면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남성보다 더 많을것이다. 동네를 조그만 둘러보아도 다이어트 식품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홈쇼핑, 인터넷, 동네가게들에서 다이어트를 볼모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비만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이토록 일상적인 일이 된것일까?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협심증, 심근경색, 동맥경화등의 질환을 유발하거나 동반되어 질수 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무섭다. 우리는 비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가장 가까운 2명의 여자가 비만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데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언제부터 비만이 우리를 찾아 온 것일까? 보리고개를 늘상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도 비만이 있었던 걸까? 그 때도 물은 풍요로웠으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분들의 말대로라면 분명히 비만하신 분들이 존재했다고 확신할수 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마음대로 먹고 자유롭게 몸을 방치할 수가 있다. 풍요로운 먹거리도 부족하여 살빼는 것도 먹는걸로 해결하라는 약장사들이 천지에 늘려 있다. 물질적 결핍이 없고 풍요로운 사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계이다.

 루이스 세플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는 아마존, 엘 이딜리오의 유일한 공무원 뚱보읍장이 나온다. 작가는 작품에서 유일하고 친절하게 뚱보읍장에 대해 3페이지가 넘는 묘사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이름이 나오는 사람도 몇 명 없지만 이름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길게 묘사되어져 독자들에게 인식되도록 만든 것은 작가에게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늙은 노인과 완전히 상반돼 보이는 뚱보읍장을 통해 이 소설을 이해해 보는것은 어떨까? 그는 쉴새 없이 땀을 흘리는 뚱보이고 맥주를 좋아하고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이고 같이 사는 여자에게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권력을 남용하여 세금을 갈취하고 밀림과 원시족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는 전형적인 폭압적 독재자다. 뚱보와 공무원은 원시 밀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질적이고 생뚱맞은 이 인간을 무섭도록 잔인한 정글의 세계에 뚝 떨어뜨려 놓다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SF영화나 공포영화에 보면 항상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자신이 살아남고 영원히 살것처럼 호탕하게 웃으면서 다음 장면을 맞이하지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악역들이 나온다. 뚱보읍장을 보면서 처음 그런 느낌이 들었으나 뚱보읍장은 살아 남았고 늙은 노인과 대비대면서 누구보다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을 위협하는 암살쾡이를 포획하는데 주저하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를 설득하고 행동하게 하고 같이 나서지만 마지막 순간에 두려움을 느끼고 모든것을 늙은 노인에게 맡겨두고는 자신은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이번 일은 영감이 혼자 해치우는게 어떨까. 물론 그 놈을 잡으면 국가는 포상금으로 5천 수크레를 지불하게 되어 있지." 뚱보읍장이 포획할려고 한 암살쾡이로부터 죽음의 공포를 느끼자 늙은 노인을 돈으로 회유하는 장면이다. 사람을 돈으로 움직일수 있을꺼라고 생각한 읍장의 다급함이 늙은 노인이 혼자서 죽을수도 있다는 배려따위는 철저히 무시하게 해버렸다. 뚱보읍장은 작품에서 탐욕, 나태, 폭력, 차별, 비리, 비겁등 인간의 나쁜 모습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뚱보읍장은 처음등장부터 끝까지 소설을 긴장감 있게 만들고 집중하게 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밀림에 와서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 그는 항상 권총을 들고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만 무능력한 그에게서 나오는 답이라고는 주변사람들을 의심하는 일이 전부다. 그가 정글과 어울리지 않는것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부분은 육중한 체격을 이끌고 암살쾡이 사냥을 나가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장화를 신지 말라고 주변에서 말리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신고가다 진흙탕속에서 한쪽을 잃어버리고 언덕을 오르는것도 주변에서 조언해주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자기식대로 걸어간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명령은 내가해" 무능하고 무식한데다가 고집스럽기까지 하다. 이런류의 인간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은 작가의 보살핌이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뚱보는 비만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별명이다. 비만은 개인의 선택일수도 질병일수도 있다. 비만을 절대적 악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비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비만의 시대는 풍요로움의 시대라 말 할수 있다. 풍요로움은 좋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전체가 아닌 일부의 풍요로움은 일부의 결핍으로 이해될수 있고 현대가 가지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풍요로운 사회 저편에는 삶을 위해 자기 터전을 내어주어야 하고 죽음으로 내 몰려야 하고 살아남아서 복수를 떠올리고 미래가 없는 희망이 없는 세계가 있다. 우리는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20억명과 같이 이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 1시간에 1,000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고있다. 풍요로운 비만의 시대에 결핍이 가져다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세계는 뚱보읍장이 도처에 있고 나 또한 뚱보읍장이 아닌지 자문해 봐야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글만큼이나 무섭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풍요로운 시대에 다들 결핍을 걱정하며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있다. 

 2010년 3월 <무소유>라는 책으로 유명하신 법정스님이 돌아가셨다. 유언장에 남긴 말씀 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 6권은 자신에게 신문을 배달하던 사람에게 주라하셨다고 한다. 그 6권의 책을 전달하던 장면을 TV에서 보았다. 그 책들 중 눈에 띄는 책이 한권 있었는데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었다. 1837년 하바드를 졸업했지만 이후 졸업장을 거부하고 문명을 비켜 자족적인 삶을 살기위해 숲속 조그마한 오두막을 직접 짓고 농식물을 재배하면 살았던 최초의 자연운동가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인생의 본질적인 것들만 만나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뚱보읍장들이 정글에서 늙은 노인처럼 책과 새우 10마리, 오두막을 가지고 살아 갈수 있는 날을 꿈꾸어 본다. 

ps. 윗 글이 11월 3주 <반디 & View 어워드> 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디 & View 어워드 선정글>
[독서] - 뚱보 읍장을 위하여
[독서] -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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