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고
영어 공부를 한창하고 있다. 언젠가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영문으로 읽어보고 싶다. 영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느낌을 살리면서 제대로 스티브 잡스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미리 얘기하지만 다 읽지는 못했다. 너무 내용이 길다. 925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다. 그 중 내가 첫번째로 읽은 부분은 잡스가 부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픽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잡스에 관한 책들은 흥미있게 많이 읽었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잡스는 조지루카스에게서 픽사(잡스가 인수하고 난 후 픽사라고 지었다)를 인수하고 난 후 장난감정도의 애정을 가지며 손에 꼽힐 정도로 픽사 본사에 가질 않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잡스의 전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그 책에서는 잡스에 대한 괴팍함과 그가 다소 즉흥적인 결정이 운으로 승화되어 다시 부활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읽은 부분은 픽사, 토이스토리, 이카로스, 넥스트, 보통남자, 잡스의 재림, 부활이다. 순서는 책의 흐름과는 다르다. 궁금한 부분을 먼저 읽고 있다. 그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맞다. 많이 알기는 했지만 이 책에는 다른 어떤 책에서 읽지 못한 잡스의 다양한 독설들이 곳곳에 늘려 있다. 미루어 알수 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나와 있을 줄은 몰랐다. 조금 순화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책의 첫머리에 나와 있듯이 잡스와 그의 아내 로렌 파웰은 있는 그대로 써 줄것을 윌터 아이작슨에게 부탁했다.
"그의 인생과 성격에는 극도로 지저분한 부분도 있어요. 그게 진실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 것들을 눈가림하려 해서는 안 돼요. 스티브는 조작이나 왜곡에 능하긴 하지만 놀라운 이야기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것들을 다 있는 그대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스티브에게는 2가지 부류의 인간만이 있다. 천재가 아니면 쓰레기다. 책을 읽는 내내 스티브는 갔지만 쓰레기라고 나를 윽박지르는 그를 한시도 잊어버릴 수 없었다. 그는 천재였지만 성질만은 쓰레기였다.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고 10년 가까이 실패의 인생을 사는 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애플에서 쫓겨나 디즈니의 도움으로 겨우 토이스토리를 제작하기전까지 그는 IT업계의 신화이자 전설에서 실패한 사업가가 되기 거의 일보직전이었다. 야구로 치자면 9회말 투아웃 풀카운터에서 역전홈런을 친것인데 여러책에서 내용을 보긴 했지만 공식자서전에서 그의 말과 주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내가 궁금해하던 부분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스티브는 사악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자기중심적인 것이 지나쳐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욕심 많은 천재. 그 사악함이 때로는 창조적 열정으로 변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쓰여졌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그의 사악함(?)은 책의 427페이지 로렌파월을 만나는 부분에서 정확하게 묘사되어져 있다.
" 우선 똑똑하면서도 가식이 없어야 한다. 그에게 맞설 수 있을 정도로 당당해야 하지만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을정도로 평온해야 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독립심이 강해야 하지만 잡스와 그의 가족을 위해 양보할 준비도 돼 있었야 한다. 털털하면서도 천사 같은 분위기가 감돌아야 한다. 또한 그를 다룰 수 있는 감각이 있으면서도 늘 그에게 얽매이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팔다리가 길고 금발에다 여유 있는 유머 감각을 갖추고 유기농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저자 아이작슨이 예전의 스티브가 사귄 여자들을 분석해서 1989년 스티브에게 여자를 중매한다면 이런 여자를 그렬볼수 있다고 책에 서술하고 있다. 스티브를 이해하기에 이처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어디 있겠는가? 스티브에 대한 이해가 그의 아내에 대한 찬사로 이어질수 밖에 없다. 로렌 파월은 정말 엄청난 여자이다.
스티브 주변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다. 불교적 스승도 있었고 IT 계의 신화같은 멘토들, 전설같은 CEO들, 충성심 강하고 능력있는 직원들 만약 그가 사악하기만 했다면 모두 그를 버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스티브 잡스>의 공식전기는 화장하지 않은 민낯의 스티브 잡스를 보는 휼륭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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