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420자인문학> 리뷰
노숙인과 MT를 간 교수가 있다. 교수는 노숙인들을 위해 고기를 열심히 굽는다. 고기가 익을때 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지만 고기를 먹는 사람은 몇이 안된다. 늘 먹는게 술이니 그럴만도 하겠다. 술만 마시는 그들에게 고기를 먹어보라고 권유하지만 모두 이가 성치 않다. 그들은 질문할때도 입을 가린다. 손을 떼라고 하면 고개를 숙인다.
그는 노숙인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했다. 3년간 노숙인들에게 빵과 물 대신 사랑과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들과 가까이 부대끼며 울고 웃고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되었다. 그를 통해 영화 <솔로이스트>를 알게 되었다.
<솔로이스트>는 천재 노숙인과 유명 언론인의 만남을 다룬 영화이다. 로페즈는 늘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취재거리를 찾고 칼럼을 쓴다. 나다니엘은 줄리어드 음대를 다니다 정신분열증 때문에 집에서도 살 수 없어 거리로 나온다. 초반부 영화는 두 사람 각자의 삶에 대해서 보여주고 중반이 넘어가면서 그들이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마지막은 진정한 친구가 되는 내용이다.
영화에는 수 많은 노숙인들이 나온다. 나다니엘은 그 중 한명이다. 빈민가 거리에 노숙인들을 위한 램프공동체가 있고 그 주변으로 마약, 매춘, 폭력, 살인 등이 일어난다. 자본주의 꽃 미국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감독은 노숙인들과 공동체를 자세히 묘사하며 미국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다.
"난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으니깐......내가 도와주려던 사람이 날 공격하다니 내가 적이 된거야.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어. 아무런 보람도 없어" 로페즈가 하는 말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나다니엘을 도와주려하지만 거부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집과 먹을 양식, 제일 좋아하는 악기를 구해주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알수 없는 나다니엘의 분노였다.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눈물을 흘리고 헤어진 아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인다.
" LA를 단 시간에 고칠수도..... 당신이 나다니엘을 낫게 할수도 없어. 그냥 가서 친구가 돼줘."
둘은 다시 만나 사과하고 친구가 된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은 사라지고 불완전한 서로를 인정한다. 영화의 끝에는 실존인물들의 현재모습을 이야기해준다. 자막이 흐르고 나다니엘과 노숙인들이 로페즈의 사무실에서 춤을 추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했던 분은 언론에서 노숙인 인문학자, 길거리 인문학자 심지어는 '거지교수'로 불려지고 있는 <유쾌한420자인문학>의 저자 최준영교수이다. 지금 그가 내 앞에서 이야기 한다.
"노숙인은 집도 돈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 없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없는 사람은 사랑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겨울이 다가온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가 한동안 이슈였다가 FTA 통과로 묻혀져 버렸다. 이 겨울 도움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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